요즘 이야기들 / / 2024. 10. 11. 19:06

노벨상, 한림원, 그리고 한강의 작품들

반응형

2024년 10월 10일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 기억될 날이 되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소설가 '한강'작가를 선정했기 때문이지요.

한국인으로서는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이고,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노벨 문학상에 많은 우리나라 작가들이 도전을 했었는데요, 저명한 해외문학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지만 아직 53세에 불과한 나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은 본인을 포함,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오늘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궁금해진 몇 가지를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림원이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 그리고 한강 작가와 그의 대표작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노벨상

노벨상 시상식
사진 : KBS뉴스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가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화학자, 발명가 그리고 사업가인 노벨이 1895년 설립한 상입니다.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생리학・의학상, 평화상, 그리고 경제학상. 이렇게 총 여섯 개 분야에서 시상되고 있으며, 경제학상(1969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1901년 최초 시상을 하였습니다.

노벨이 1896년 사망하였으니 경제학상은 사실 노벨의 유언과는 상관없이 추가된 상입니다. 

 

노벨상은 매년 12월 10일, 노벨의 기일에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데, 수상자 시상식 약 두 달 전인 10월 첫 번째 월요일부터 월요일 생리학・의학상, 화요일 물리학상, 수요일 화학상, 목요일 문학상, 금요일 평화상, 토요일 경제학상의 순서로 하루에 하나씩 발표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이름이 발표된 것도 10월 10일 목요일이지요.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 (Alfred Bernhard Nobel, 1833 - 1896)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 (Alfred Bernhard Nobel, 1833 - 1896)

 

아래는 노벨상과 관련한 짧지만 핵심적인 정보를 정리해 본 것입니다.

1. 노벨상 시상분야

노벨상 시상 부문은 모두 노벨이 생전에 몸담았던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들입니다. 

폭약을 개발한 노벨은 화학자였으며, 폭발에 반응 에너지를 연구하는 것이 물리학과 관계가 있었고, 니트로글리세린이 약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생리학・의학이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벨은 전쟁무기로 사용된 폭약으로 인해 평화주의자가 되었고, 이를 위해 문학 활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노벨의 의지는 아니었다지만 경제학상 역시 성공한 사업가인 노벨과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2. 노벨상 수상자 기준

노벨상은 국적은 불문하고 해당 분야의 생존한 사람 중에서 가장 적합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간혹 뛰어난 연구자들에게 공동 수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최대 3명에게만 수상됩니다. 단, 노벨평화상의 경우 단체가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는데 2023년까지 모두 30개의 단체가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의 공식 기록은 국적이나 인종은 기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출생지만 기록됩니다. 국적의 경우 나라마다 국적을 결정하는 원칙이 속지주의냐 속인주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망명 등의 이유로 국적이 바뀌는 사례도 많기 때문입니다.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시상되는데, 이는 선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생존 시에 후보에 올라 선정이 되었다면, 이후 시상식 전에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정 전에 사망하였다면 후보에서 제외된다는 뜻입니다.

3. 노벨상 상금은 얼마?

한강 작가 소식이 전해지며 뉴스마다 사족처럼 소개되는 것이 1,100만 크로나의 상금이 주어진다는 말입니다.

2024년 10월 11일 기준 1 스웨덴 크로나는 한화 129.81원으로 1,100만 크로나는 14억 2천7백9십1만 원정도가 되겠네요.

노벨상 위원회는 노벨의 유산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여 매년 지급되는 상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노벨상 상금은 소득세법 시행령 18조 2항에서 정한 '노벨상 또는 외국정부·국제기관·국제단체 기타 외국의 단체나 기금으로부터 받는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과 부상'에 포함되어 세금 없이 실수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곳. 한림원?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진 : 조선비즈)

 

노벨상 수상소식을 전하는 뉴스 서두에 항상 언급되는 기관이 바로 스웨덴 한림원입니다.

한림원은 붓 한翰, 수풀 림林, 담 원院으로 구성된 한자단어로,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의 한자문화권 나라에 설치된 국립 학술기관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 국가 문서를 생산, 관리하며 유교 경전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처음 등장하였고, 한국에서는 고려시대에 임금의 명령을 받아 문서를 꾸미는 일과 서적을 출판하는 업무를 담당한 조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나라 한림원의 경우 연구업무 외에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국정을 논하던 기관이었다고 하며, 여기에는 한림학사(翰林學士)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당나라 이후 명대와 청대로도 이어졌고,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연구집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겠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기관을 말할 때 쓰는 '스웨덴 한림원'이라는 표현은 사실 정확한 명칭이라 할 수 없습니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기관은 각 분야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 생리학・의학상 :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교
  • 문학상 : 스웨덴 아카데미
  • 평화상 :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의 기관들은 노벨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수상자 명단을 최종 심사・표결하여 선정하는 기관입니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는 결정 과정 끝에 선정된 시상자 명단은 다시 노벨위원회로 전달되고, 노벨위원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스웨덴 아카데미
스웨덴 아카데미 (사진 : Shutterstock)

 

이와 같은 노벨상 수상자 선정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추천장 요청

매년 초가을에 다음 해 수상사 선정을 위해 부문당 1천 명씩, 총 6천 명에게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안내장 발송.

추천 안내장은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와 수여기관, 각 분야별 학자, 대학교 및 학술단체에게 발송되며,

안내장을 받은 사람은 서면으로 추천 이유를 제출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2. 후보자 취합

추천장은 다음 해 1월 31일까지 노벨위원회에 도착해야 하며, 매년 부분별 100~250명 정도의 후보자가 도착합니다.

2월 1일부터 9월까지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데, 각 분야별 위원회마다 수천 명의 인원을 동원해 후보자들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인사에게 검토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3. 수상자 선정

위의 과정을 거친 최종 후보자를 9월에서 10월 초 사이에 분야별 수여기관으로 추천하게 되고,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한 강 (韓 江)

역대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일러스트 : 뉴스1 제주

 

한강 작가는 1970년 11월 27일,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여성 역사소설가입니다.

아버지는 현재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 작가입니다. 한승원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불의 딸, 포구, 물보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동학제 등이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4살 연상인 문학평론가이자 홍용희 교수와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3년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시(詩)로 처음 등단하였지만 현재는 소설가로 활동하며 국내외 다수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아래는 한강 작가의 수상 내역입니다.

연도 수상명 분야 / 수상작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에 소설부문 붉은 닻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단편 / 아기부처
200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 몽고반점
2010년 동리문학상 바람이 분다, 가라
2014년 만해문학상 소년이 온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2016년 맨 부커 국제상 (영국) 채식주의자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 (이탈리아) 소년이 온다
2018년 김유정문학상 작별
2019년 인촌상 언론・문화부문
2022년 제2회 용아문화대상  
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프랑스) 작별하지 않는다
2024년 삼성호암상 예술상
2024년 노벨문학상 (스웨덴)  

 

최근에 해외 문학상을 수상한 세 작품에 관해 출판사와 나무위키 등에 등록되어있는 간략한 소개글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채식주의자 (2007)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불꽃〉으로 이뤄진 연작소설.

1부 〈채식주의자〉는 어릴 적의 기억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으로 서술된다.

예술가 소설이라 평가받은 2부 〈몽고반점〉은 드물게도 심사위원 7인의 전원일치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 단행본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 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루어낼 것이다.

 

소년이 온다 (2014)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며,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024년 올해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양장 특별판으로 새롭게 옷을 입은 이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이 충일한 서사는 이렇듯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한다.

5.18 민주화운동을 여섯 장에서 각각 여섯 명의 시선으로, 사건 당시와 그 이후에서 서술한 작품이다. 광주를 전후로 한 역사나 정치, 사회에 대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몰두한다. 마지막 장 〈꽃 핀 쪽으로〉 다음에 나오는 에필로그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다.

비록 5·18 전 서울로 상경하여 직접 사건을 겪지는 못했으나 광주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낸 작가의 애착이 큰 작품이고, 집필 과정에서 많은 압박을 받았다는 내용이 에필로그에 서술되어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2021)

제주도에서 발생된 학살사건 전반을 다룬 이야기.

주인공을 관찰자 시점으로 사용, (주인공과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이 극을 풀어나간다. 밀도 있는 사건기록과 더불어 한강 특유의 신체반응 묘사가 압도적이다. 또한, 생과 사의 경계에 있음을 묘사하려는 비논리적 언어가 되려 현실을 날카롭게 부언한다.

제주도, 눈, 고통, 피, 사랑 등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