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서 '확신범'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4일 연합뉴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암살 시도한 김씨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변명문'을 제출하고, 유치장에서 '삼국지'를 읽으며 동요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위법한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해 일부의 국무위원, 군인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과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겠으나 그에 앞서 잘못된 정보와 신념으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확신범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확신범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I. 확신범의 정의와 특징
확신범(確信犯)은 자신의 행위가 법률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도덕적·종교적·정치적 신념에 따라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굳게 믿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법적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확신범은 일반적인 범법자들과 달리 아래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신념 기반의 동기: 확신범의 행위는 개인의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이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사회적·정치적 변동이 심한 시기에 더욱 두드러지며, 사상범이나 정치범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위법성 인식: 확신범은 자신의 행위가 법률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러한 법 위반이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 교화의 어려움: 확신범은 자신의 신념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 일반적인 형벌로 교화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형사처벌에 있어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사회적 논쟁: 확신범의 처벌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그들의 신념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확신범은 사회의 급격한 변동기나 정치적·종교적 사상이 급변하는 시기에 자주 나타나며, 그들의 행위는 사회적·법적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II. 확신범의 어원과 외국 표현
'확신범'이라는 용어는 독일어 'Überzeugungsverbrechen 위버초이궁스베르브레헨'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 단어는 'Überzeugung'('확신' 또는 '신념')과 'Verbrechen'('범죄')의 결합으로, 개인의 신념에 기반한 범죄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독일의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가 1922년 독일 형법 초안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대륙법을 차용한 일본에서 이를 '確信犯(かくしんはん, 카쿠신한)'으로 번역하였으며, 역시 대륙법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도 그대로 차용하면서 '확신범'이 공식적인 법률용어가 된 것입니다.
영어권에서는 확신범을 'crime of conviction' 또는 'conviction crime'으로 표현하며, 이는 개인의 신념에 기반한 범죄를 지칭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개인의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이 범죄 행위의 주요 동기가 되는 경우를 나타내며, 사회적·법적 논의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집니다.
III. 잘못된 정보와 신념으로 인한 확신범 사례

잘못된 정보와 신념으로 인해 발생한 확신범 사례는 사회적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사례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1. 이재명 대표 살해미수 사건
2024년 1월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시찰 후 이동 중에 한 남성에게 흉기로 피습당해 목부위에 자상을 입고 긴급수술로 겨우 생명을 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의자 김진성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으며, 범행 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변명문'을 제출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이는 잘못된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 확신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1963년)
1963년 11월 22일,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량 행렬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케네디의 암살 배후가 FBI이다, CIA이다 등 다양한 음모론이 아직까지 만연한 상태이지만 어찌되었든 공식적으로 공포된 범인은 리 하비 오스월드라는 24세의 백인 퇴역군인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오스왈드는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한 인물로, 소련과 쿠바에 대한 동조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정치적 신념은 미국 정부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초래했다고 합니다.
3. 피자게이트 사건 (2016년)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워싱턴 D.C.의 한 피자 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를 믿은 에드거 매디슨 웰치(Edgar Maddison Welch)는 '코멧 핑퐁'이라는 해당 피자 가게에 총기를 들고 침입하여 총기를 난사하고 실제로 아동들이 감금되어 있는지 확인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는 가짜 뉴스가 현실 세계에서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4. 피그만 침공 사건 (1961년)
1961년 4월, 미국은 쿠바의 공산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을 지원하여 피그만(Bay of Pigs)을 침공했습니다. 이 작전은 케네디 행정부의 주도 아래 진행되었으나, 작전의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충분한 검토 없이 실행되어 큰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는 잘못된 정치적 신념과 과도한 자신감이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5. 홀로코스트 (1933년~1945년)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나치 독일은 유대인, 집시, 장애인 등 수백만 명을 조직적으로 학살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의 왜곡된 인종 이데올로기와 우생학적 신념은 이러한 대량 학살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도덕관과 윤리관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잘못된 정보와 신념이 개인의 극단적 행동을 유발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신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위의 사례들은 잘못된 정보와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확신범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고 궁극적으로 선하다고 믿지만, 그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신념에 기반한 행동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뉴스를 분별해 낼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이 가장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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