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Epicurus, 정치가 아닌 인생을 사유하다.

플라톤이 죽고 난 후 몇백 년 동안 그리스의 철학은 두 학파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먼저 인생은 암울하고, 고통스러우며, 제멋대로라고 그르치는 스토아학파(The Stoics)가 있었는데, 그들은 행복에 이르려면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도덕적으로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에피쿠로스학파(Epicureans)는 인생은 짧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에피쿠로스학파의 수장인 고대 아테네의 스승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기리고 고통과 두려움은 피하는 것을 삶의 가장 큰 두가지 가치로 여겼습니다.

 

 

 

Epicurus ･ 에피쿠로스의 생애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가난한 아테네의 식민지인 사모스섬에서 한 병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열네 살 때 학교 선생들이 학교 선생들에게 실망하면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가족이 사모스섬에서 추방되면서 하루아침에 난민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18살에 아테네에서 2년간 군에서 복무한 후 학교 교사로 잠시 일하다가 위대한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책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른두 살이 되던해인 기원전 311년에 자신의 학파를 세우고, BC307년 아테네로 돌아와 철학공동체인 '정원'을 세우고 35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보냈습니다.

 

아테네에서 그는 철학자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모습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철학자라면 응당 검소하고 금욕적인 소크라테스의 삶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정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거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자세히 설명하는 300권의 책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대부분 소실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에피쿠로스를 '유신론자를 가장한 무신론자'라고 보았고, 그 때문에 중세에 이르러 그의 책들을 대부분 다 불에 태워버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 Epicurus

 

Epicurus ･ 에피쿠로스의 이해

 

많은 이들이 섣부르게 이해하는 것과 다르게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검소한 삶을 살았고 성관계를 삼갔습니다. 그러나 우정과 편안함을 거부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에피쿠로스는 가능하면 두려움과 고통을 피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두려움에 대한 반대로 그는 종교를 비판하기도 했는데, 사후에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종교적 믿음으로 인해 그리스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에피쿠로스는 신을 믿었지만 신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죽는 날 친구에게 '이날이 진정으로 행복한 날'이라고 쓴 편지를 보냈습니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구성원으로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신분인 노예와 창녀도 속해 있었는데,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에피쿠로스를 비웃기도 하였지만, 에피쿠로스와 제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에피쿠로스는 '정원'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람을 살다가 향년 72세의 나이에 요로결석과 이질로 사망하였습니다.

 

 

 

Epicurean Paradox ･ 에피쿠로스의 역설

 

신은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전능하지 않은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악한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악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를 신이라 불러야 하는가?

 

에피쿠로스가 말한 것이라고 알려진 유명한 역설입니다.

에피쿠로스는 무신론자로 알려졌었기 때무에 이 글 역시 무신론자의 대표적인 논리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