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현대 중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천안문 항쟁입니다.
1987년 한국의 6.10항쟁, 소련의 해체와 함께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에서 들불처럼 일었던 민주화 운동의 영향은 죽의 장막 중공에도 번졌습니다. 후야오방의 사망과 함께 천안문 광장에 모여든 전국의 대학생과 시민, 지식인들을 탱크와 총칼로 도륙한 이 사건은 전 세계 14억 중국 인민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사건입니다.
컬럼비아대의 정치학 교수인 앤드류 네이선 (Andrew J. Nathan)이 2001년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The Tiananmen Papers"는 이 사건의 실체와 중국 정부의 내막을 폭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네이선 교수의 문서를 참고하여 천안문 항쟁의 배경과 진행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I. 천안문 항쟁의 배경과 중요성
"The Tiananmen Papers"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유출된 비밀 문건들과 당시의 관계자들의 인터뷰 등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문건들은 당시 중국 지도부가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상세히 보여줍니다. 조나단 네이선은 이 문건을 통해 천안문 사태의 실상을 드러내며, 중국 정부의 진정한 의도와 결정 과정을 낱낱이 폭로했습니다.
예전에는 '천안문 사태'라고 했던 이 사건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천안문 항쟁' 또는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순화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어로는 'The Tiananmen Square Massacre' 즉 '천안문 광장 학살'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천안문 항쟁의 무력 진압으로 인해 몇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지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국가별, 언론별, 연구자별로 수백명에서 1만 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민주항쟁 중 '여수・순천사건'의 2500명, '광주 민주화 운동'의 35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II. 천안문 사태의 전개와 내부 논의
천안문 문건에 따르면, 1989년 4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죽음으로 시작된 학생들의 시위는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시위대는 민주화, 부정부패 척결, 언론의 자유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이를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덩샤오핑과 리펑 총리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자오쯔양 총서기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오쯔양의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6월 3일과 4일, 군대가 투입되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게 됩니다.
천안문 민주항쟁 타임라인
- 1989년 4월 15일: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 그의 개혁적 성향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 모여 추모 집회를 시작함.
- 1989년 4월 18일: 천안문 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구를 담은 시위를 시작.
- 1989년 4월 22일: 후야오방의 공식 추도식이 열림. 수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
- 1989년 5월 13일: 학생들은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
- 1989년 5월 15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중국 방문. 전 세계의 언론이 베이징에 집중되면서 시위는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됨.
- 1989년 5월 19일: 자오쯔양 총서기가 천안문 광장을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 시도. 그러나 시위대는 계속해서 단식과 시위를 이어감.
- 1989년 5월 20일: 중국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시위를 진압하려 시도.
- 1989년 6월 3일 밤 - 6월 4일 새벽: 중국 군대가 천안문 광장으로 진입하여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 많은 사상자가 발생함.
- 1989년 6월 5일: '탱크맨' 사진이 전 세계에 공개됨. 시위대의 저항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유명해짐.
III. 천안문 항쟁의 의미와 파급 효과
Andrew J. Nathan이 기고한 "The Tiananmen Papers"는 천안문 사태의 실체를 밝히며,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그로 인한 인권 침해를 폭로한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 문건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 중 하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안문 사태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중국과 국제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잊지 않고, 민주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착한 중국인은 천안문 항쟁때 모두 죽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현대 중국 정부와 시민의 사상과 이념은 천안문 항쟁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립니다.
중국 정부는 천안문 항쟁을 교훈삼아 체제에 저항하는 집단적 행동에 대해 일말의 관용도 베풀지 않고 무력으로 억압하고 처벌하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서적과 매체, 기록 등에서 천안문 항쟁 자체를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었던 마냥 철저하게 삭제하였습니다.
중국 인민들은 천안문 항쟁 학살에서의 경험으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이상향에 대한 기대와 관념을 거세당한체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강화된 애국교육으로 인해 현재의 공산당 정부를 신적으로 숭배하고 맹종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4.19, 5.16, 여순, 제주 4.3, 5.18, 6.10 그리고 2017년 촛불항쟁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민주화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겠습니다.
역사의 반동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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